본문 바로가기

REVIEW

생각에 관한 생각 - 책리뷰 (행동경제학의 바이블)

 

일명 행동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부문을 창시한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로서, 경제학을 배우는 생도의 입장으로는 반드시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책의 전반적인 설명은 시스템 1, 시스템 2라는 인간의 두 가지 다른 일종의 자아를 설명하는데 치중되어 있다. 시스템 1은 일종의 본능으로서 사람들이 무언가에 빠르게 반응하고 쉽게 판단하게 만드는 기질이라면, 시스템 2는 시스템 1의 판단을 유보시키고 의심하며 합리적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문제는 시스템 2가 게을러서 많은 경우 시스템 1이 본능적, 자발적으로 작동하여 인간의 행동을 이끈다는 점이다.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은 경제적 인간이다. 즉, 인간은 모든 것에 합리적으로 반응 및 판단한다는 것이 가장 이면에 깔린 가정이다. 하지만 카너먼은 책 전체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합리적이지 않게 반응을 하며 그 이면에는 시스템 1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명시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이면서 가장 유익한 부분은 적절한 예시를 통해 독자들이 작가의 말에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에 예시들을 직접 적어 놓아서 독자들이 선택하게 하고 이어서 그에 대한 해석을 제시함으로서 독자들 스스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했음을 인정하게 만든다. 사실 경제학을 공부하기 이전부터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경제학이 주장하는 대로 언제나 동일한 결정, 손해 이익을 고민하여서 결정하기 보다는 그 당시의 감정에 치우쳐서 결정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다.

 

하지만 책의 설명대로 구체적으로 증명하거나 입증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 사실 완전한 결정이라는 것도 불완전한 말이다. 우리가 앞일을 판단하고 결정할 때는 항상 불완전한 결정만이 있을 뿐이다. 정보가 완전치 않기 때문에 지금 주어진 정보 내에서 최선의 결정을 할 뿐이고 때때로는 그 정보도 다 활용하지 않고 순간적인 면을 보고만 결정할 때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행동 경제학의 도입은 경제학의 학문에서도 그리고 전체 학문에서도 크나큰 획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은 결정론적으로 하나의 체계를 형성하기 위해 많은 가정들로 현실 세계를 재단하는 면이 있다. 쉽게 모형을 만들고 최대한 그 내부에서 현실을 보며 점차 가정을 깨면서 현실을 설명하는 방법들을 많이 취하고 있기에 경제학의 많은 부분은 결정론적인 입장을 띄기 마련이다. 하지만 책의 주장대로,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듯 인간은 완전치 않고 너무나 불완전하기에 이에 맞춘 학문의 융합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서 계속 생각이 났던 부분은 정말 조그마한 의심, 다른 생각에서 큰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었다. 책의 서두에는 카너먼이 어떻게 이런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서술되어 있는데 다른 책, 논문들을 읽고, 그리고 자신의 삶 전반에 있었던 경험들, 관찰하게 되는 여러 현상들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주변에는 연구에 참여할 훌륭한 학자들이 존재했다. 이런 면을 보자면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많은 부분이 운(luck)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그가 같이 연구할 학자를 만나고 위와 같은 여러 의심을 하게 만드는 경험들을 겪었다는 점은 정말 운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듯하다. 이를 통해서 인간은 모두 각자 태어난 이유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작가가 자신만의 경험, 자신의 생각, 주변의 인맥들을 이용해서 세상에 이런 영향력을 미쳤듯이 우리도 각자만의 현실, 주변의 상황이 어떤 일을 주도할 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가?’ 이런 본초적인 질문은 고대부터 철학자만이 아닌 일반 사람들 모두 고민하던 질문이다. 물론 나도 여기에 명확한 답변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나의 일, 사명이 있다는 것이다. 카너먼처럼 학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는 일이 아닐 지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가족들에게 깊은 희망과 힘을 주는 등의 일상에서의 사소한 점들도 나의 사명이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는 당장 지금도 죽을 수 있는 그리고 앞일을 전혀 모르는 현재에 살고 있다. 이 현재라는 것도 지금 ‘현재’라 외쳤을 때 이미 과거로 넘어가게 되는 일종의 과거와 미래의 접점이다. 이런 접점의 이동을 통해 한 선분을 완성시키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넉넉하다고 자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고민이 시작되는데 ‘지금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발현할 수 있을까?’라는 일종의 피상적이고 고차원적인 질문 말이다. 오랜 시간 직접적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고민해왔었는데, 답은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것, 내가 지닌 소중한 사람들에게 지금이 설령 마지막이라도 후회 없이 대할 것. 이 두 가지라 생각한다. 스피노자가 지구가 당장 멸망한다고 했을 때,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말을 했다고 하듯이 그의 말과 위의 사항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현재. 모든 사람이 인지하는 현재의 모습은 각기 다르겠지만 만약, 지금이 마지막 그 순간이라면 어떤 모습을 지내야 할 것인가?

 

1부 두 시스템
1. 등장인물
2. 주목과 노력
3. 게으른 통제자
4. 연상 작용
5. 인지적 편안함
6. 정상, 놀람, 원인
7. 속단
8. 판단이 내려지는 과정
9. 더 쉬운 문제에 답하기

2부 어림짐작과 편향
10. 소수 법칙
11. 기준점 효과
12. 회상 용이성의 과학
13. 회상 용이성, 감정, 잠재적 위험
14. 톰 W의 전공
15. 린다: 적은 게 많은 것이다
16. 인과관계는 통계를 이긴다
17. 평균 회귀
18. 직관적 예측 길들이기

3부 과신
19. 이해 착각
20. 타당성 착각
21. 직관 대 공식
22. 전문가의 직관: 언제 신뢰해야 할까?
23. 외부 관점
24. 자본주의의 동력

4부 선택
25. 베르누이 오류
26. 전망 이론
27. 소유 효과
28. 나쁜 사건
29. 네 갈래 유형
30. 드문 사건
31. 위험관리 정책
32. 심리적 계좌
33. 역전
34. 틀과 사실

5부 두 자아
35. 두 자아
36. 이야기로서의 삶
37. 체감 행복
38. 삶을 돌아볼 때

결론
부록 A: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부록 B: 선택, 가치, 틀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