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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평균의 종말 - 책 리뷰, 토드 로즈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요즘 같은 시대에서 '평균의 종말'이라는 이 책의 타이틀은 별로 발칙하지 않다. 그만큼 오늘날이 과거에 비해 개인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이에 대해 관용을 베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회의 모든 면이 '평균'으로 대표되는 획일적인 잣대에서 벗어났냐 하면, 그것 또한 그렇지 않다.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해봤을 때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 평균, 그리고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여전히 보수적인 나라다. 특히 그것이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공들이는 그들 자녀들의 '교육'에 관한 문제라면, 그들의 평균에 대한 신뢰를 넘은 '맹신'은 여전히 살아있다.

 

 

 

 

'평균'이라는 수치는 애초에 별로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전체 도수 중 너무 지나치게 양 극단에 치우쳐 있는 값들이 존재하는 경우, 평균 역시 그다지 의미있는 것이 되지 못한다. 평균이 '50'이라고 해도 그 중 어느 값도 50을 갖지 못할 수도 있고, 그나마 50에 가까운 값들도 실제로 몇 개 없을 수도 있다. 학창시절에 수학 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또는 기초 통계학을 한 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주 '평균'이라는 값에 기대는 모습을 보인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도 예외가 아니었고, 지금의 나 역시도 그렇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평균보다 나은 능력과 남들보다 빠른 행동을 요구받는다.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개월수가 엄마들의 관심의 대상이고, 일정 기준보다 미치지 못하면 '발달이 늦은 아이', 그것보다 빠르면 '발달이 빠른 아이'로 취급받는다. 걷기 시작한 개월수가 실제 그 아이의 미래 두뇌 발달 능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내가 20살이 훌쩍 넘은 지금도 우리 엄마께서는 내가 얼마나 빨리 걸었는지, 얼마나 빨리 남들보다 말을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시곤 한다. 성장할 수록 평균에 대한 압박은 더욱더 심해지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대부분 이것이 극에 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은 과연 이번 시험의 전체 평균이 몇 점이나 나올지, 나는 여기서 몇 점이나 높은지 또는 낮은지에 대해서 매번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고, 부모님 역시 성적표에 찍힌 평균에서 내 점수가 몇 점이나 벗어나는지만을 보시고 나의 이번 시험이 성공적이었는지 또는 아닌지를 판단하셨던 것 같다. 가끔 이렇듯 목을 조이는 한국의 입시제도에 반항해보려고 하기도 했지만, 그 이전의 많은 도전자들이 그래왔듯이 나 역시 실패했다. 솔직히 말하면 일반적이라 불리는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는게 무서웠고, 낙오자가 될까 두려웠다. 19년동안 수많은 평균적 수치들 아래서 살아온 나 역시 '평균의 인간'이었던 셈이다. 결국은 대학 입시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는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레 '이게 맞다'는 합리화를 하며 어찌어찌 버틸 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배우는 사람이 아닌 가르치게 될 사람의 입장에 서게 된 지금도 '평균'에 굴복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한 번 더 반항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한국 사회, 특히 한국의 교육은 평균의 이름 아래 세밀하게 서열화된 각종 체계들 속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하여, 오늘날의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 그렇듯 커다란 성공을 가져다 준 기존의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한 번에 인정하라는 말은 어쩌면 너무 가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개인성을 무시하고 획일화, 서열화만을 강조하는 교육방식은 잘못됐다. '뛰어난 아이들도 이 나라의 교육체계 아래에서는 평범한 아이가 되어버리고 마니, 아이에게서 영재성을 발견하면 당장 한국을 떠나라.'는 말에는 씁쓸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여실히 담겨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가 예전과 같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을까? 평균에 의존하고 아이들을 그 잣대로만 판단하는 지금의 교육현실이 과연 최선인가? 평균이 가장 객관적인 것은 확실한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분명 아니라는 답변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개인성을 존중해주는 것, 우리가 흔히 부르는 '열등생'이 어떤 다른 분야에서는 열등생이 아닌 '우등생'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많은 힘과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평균을 '허상'으로 규정하며 당당하게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느낀다. 아마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지금 당장은 실천하지 못해도)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의 방법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었고, 이제는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는 듯하여 반갑다. 조금씩이나마 아이들이 배우면서 행복할 수 있는, 한 가지 잣대로 판단되지 않는 학교, 그리고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제1부 평균의 시대

제1장 평균의 탄생
수학으로 인간을 분석하다 / 평균적 인간 / 우월층과 저능층 / 평균주의 사회

제2장 표준화된 세상
테일러의 표준화 시스템 / 관리자의 탄생 / 공장식 학교교육 / 영재와 구제 불능아 / 유형과 등급의 세계

제3장 평균주의 뒤엎기
에르고딕 스위치 / 개개인의 과학 / ‘정상적 발달’의 함정 / 진정한 재능을 찾아서

제2부 교육 혁명을 위한 개개인성의 원칙

제4장 인간의 재능은 다차원적이다
들쭉날쭉의 원칙 / IQ라는 허상 / 구글의 인재 채용법 / 진흙 속 진주 찾기

제5장 본질주의 사고 깨부수기
맥락의 원칙 / 상황 맥락별 기질 / 천성이란 없다 / 재능과 맥락의 조화 / 진정한 이해와 존중

제6장 이정표 없는 길을 걷는다는 것
경로의 원칙 / 빠를수록 더 똑똑하다는 거짓말 / 발달의 그물망 / 스스로 길을 개척하라

제3부 평균 없는 세상

제7장 개개인성의 원칙으로 성장하는 기업
코스트코-직원 충성도의 비밀 / 조호-거대 기업을 넘어선 비결 / 모닝스타-관리자 없는 공장 / 테일러주의에서 상생 자본주의로

제8장 교육을 바꿔라
승자 없는 평균의 게임 / 학위 시스템 혁신 / 성적 시스템 혁신 / 자율 결정형 교육 / 새 시대의 교육 모델

제9장 평균주의를 넘어
평등한 기회와 평등한 맞춤 / 꿈 되찾기